하노이 여행 (올드쿼터, 물가, 교통체증)
솔직히 저는 하노이를 가기 전까지 '베트남=저렴한 여행지'라는 공식만 머릿속에 있었습니다. 실제로 가보니 그 공식은 반만 맞았습니다. 분짜 한 그릇이 3,500원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그 이면에는 회색빛 하늘과 끊임없는 오토바이 경적 소리가 있었습니다. 하노이는 서울에서 약 2,700km 떨어진 동남아시아 최북단 도시로, 비행시간 4시간 반이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여행지입니다. 하지만 가깝다고 해서 편하다는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올드쿼터,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는 공간
일반적으로 하노이 여행의 핵심은 올드쿼터(Old Quarter)라고 알려져 있는데, 제 경험상 이건 100% 사실입니다. 올드쿼터는 천년 전 베트남이 수도가 된 이래 꾸준히 상업구역 역할을 해온 유서 깊은 지역입니다. 여기서 올드쿼터란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 북쪽에 위치한 구시가지로, 약 36개의 길로 이루어진 미로 같은 거리를 의미합니다.
페인트가 벗겨진 건물 벽, 녹슬고 부서진 간판들 사이로 사람들의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모습은 제가 본 동남아시아 어느 도시에서도 느끼지 못한 독특한 매력이었습니다. 낮에는 활기찬 시장과 카페가, 밤에는 다양한 노점과 거리 음식이 어우러지면서 하나의 살아있는 박물관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이 올드쿼터를 벗어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방콕의 경우 카오산, 왕궁 외에도 싸얌(Siam), 수쿰윗(Sukhumvit), 사톤(Sathorn) 같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부도심들이 있지만, 하노이는 올드쿼터와 그 주변을 벗어나면 관광 컨텐츠가 현저히 부족합니다. 롯데센터나 경남랜드마크 주변도 고층 빌딩이 있긴 하지만, 다른 동남아 도시들과 비교하면 평범한 수준이었습니다.
주말에는 올드쿼터의 상당 부분이 보행자 전용 도로로 운영되는데, 이때만큼은 정말 천국이었습니다. 오토바이 경적 소리 없이 거리를 걸으며 다양한 이벤트를 즐길 수 있었으니까요. 이런 올드쿼터의 존재 자체가 하노이 여행의 가장 큰 이유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가는 정말 저렴할까, 실제로 써보니
'베트남은 물가가 싸다'는 말을 누구나 들어봤을 겁니다. 저 역시 그렇게 믿고 갔는데, 실제로 써보니 좀 더 정확한 표현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로컬 방식으로 여행하면 정말 저렴하지만, 그 외의 경우는 생각보다 비쌉니다.
숙박비를 보면 2~3성급 개인실 호텔이 하루 4만원대, 호스텔은 5천원대에 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올드쿼터 근처의 3성급 호텔에 묵었는데, 하루 4만 5천원에 깔끔한 시설과 친절한 서비스를 받았습니다(출처: 베트남 관광청). 서울에서 같은 등급 호텔을 찾는다면 최소 10만원은 넘을 테니, 확실히 가성비가 좋았습니다.
음식 가격은 더 체감됩니다. 관광객이 많은 올드쿼터에서도 로컬 식당은 대부분 3천원 선입니다. 제가 먹은 분짜가 3,500원이었고, 쌀국수도 3천원 정도였습니다. 관광객 타겟 유명 가게도 5~6천원이면 충분했습니다. 커피도 로컬 스타일로 쪼그려 앉아 마시면 천원에서 2천원 사이입니다. 하루 만원 선에서 식비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건 다른 동남아 도시와 비교해도 상당한 메리트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국제 럭셔리 5성급 호텔은 절대 10만원에 나오지 않습니다. JW메리어트, 인터컨티넨탈, 포시즌스 같은 브랜드는 기본 하루 40~50만원 이상이고, 카펠라는 60~70만원을 넘어 100만원대까지 올라갑니다. 고급 레스토랑도 마찬가지로 5~10만원은 가볍게 나옵니다. 비싼 건 여기서도 비쌉니다.
결국 하노이 물가의 핵심은 '선택의 문제'입니다. 로컬 방식을 즐기는 여행자에게는 천국이지만, 편안함과 럭셔리를 추구한다면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듭니다. 저는 로컬 음식을 즐기면서도 가끔 괜찮은 레스토랑에 가는 중간 스타일로 여행했는데, 하루 평균 7~8만원 정도 사용했습니다.
교통체증과 대기오염, 예상 밖의 불편함
하노이에 등록된 오토바이 대수는 약 800만 대입니다(출처: 베트남 교통부). 이 숫자는 한국 전체 오토바이(230만 대)의 3배가 넘고, 오토바이 왕국 일본(1,100만 대)의 70%에 달합니다. 베트남 전체로는 6,500만 대로, 유럽 대륙 전체(3,900만 대)보다 많습니다. 이 통계를 보고도 감이 안 온다면, 직접 하노이 거리에 서보시면 됩니다.
여기서 교통체증이란 단순히 차가 막히는 것 이상의 의미입니다. 오토바이들은 차선을 무시하고 달리며, 인도에 올라와 주행하는 것도 흔합니다. 인도에 오토바이를 주차해서 길을 막아버리니 결국 보행자가 차도로 밀려나고, 그게 다시 많은 오토바이와 만나 악순환을 만듭니다.
저녁시간에 올드쿼터에서 경남랜드마크까지 택시로 이동했을 때, 평소 20분이면 갈 거리를 1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차 안에서 보는 오토바이 떼는 장관이었지만, 그걸 직접 겪는 건 정말 괴로웠습니다. 게다가 하노이에는 제대로 된 도시철도가 없습니다. 2021년 개통한 깟링 2A선이 있긴 하지만, 올드쿼터도 롯데센터도 하노이 역도 지나가지 않아서 관광객에게는 쓸모가 없습니다.
오토바이 배기가스와 인근 공장에서 나오는 오염물질로 인해 대기 질도 심각합니다. 황사 영향을 받는 한국 이상으로 미세먼지가 많아서, 하노이 하면 회색이 연상될 정도입니다. 올드쿼터 루프탑 바에서 내려다본 도시 전경은 희뿌연 회색빛이었고, 롯데센터 전망대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일본 대도시의 맑은 하늘을 경험한 후 하노이에 오면 그 차이가 확연히 느껴집니다.
위생 문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특히 올드쿼터는 저녁과 밤이 되면 노점 식당들이 거리에서 설거지를 하고, 그 물을 하수구로 바로 버립니다. 남은 음식물은 바퀴벌레와 쥐들에게 뷔페가 되고, 거리에 버려지는 쓰레기 양도 압도적입니다. 한국 사람들의 위생 기준은 세계적으로 높은 편이라, 이런 상황이 상당히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노이는 여행할 가치가 있는 도시입니다. 완벽한 청결함과 편안함을 기대하면 실망하겠지만,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현지의 삶을 체험하고 싶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여행지입니다. 저는 불편함 속에서도 살아있는 도시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고, 그게 하노이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여행의 목적입니다. 가성비를 중시하고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다면 하노이는 매우 좋은 선택입니다. 반대로 완벽한 편안함을 원한다면 다른 도시를 고려하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하노이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체험형 도시'에 가깝다는 걸 기억하세요.
---
참고: https://youtu.be/FNo68PKRUDs?si=xs0TgrEGLGJjFs9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