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맛집 (쌀국수, 분짜와 반세오, 에그커피, 가성비)
솔직히 저는 하노이를 가기 전까지 베트남 음식이 그저 '쌀국수 나라'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일주일간 머물며 14곳이 넘는 식당을 돌아다닌 결과, 제 생각이 얼마나 좁았는지 깨달았습니다. 하노이는 단순한 맛집 투어를 넘어 '음식 문화'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도시였습니다. 특히 가격 대비 만족도는 한국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었고, 로컬 식당의 불편함조차 나름의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하노이에서 쌀국수를 제대로 먹는다는 것
여러분은 쌀국수 한 그릇에 얼마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으신가요? 하노이에서는 3,000원이면 미슐랭 수준의 쌀국수를 맛볼 수 있습니다. 저는 하노이 3대 쌀국수집으로 알려진 포텐릭수(Phở Thin Lò Đúc)와 퍼자주엔(Phở Gia Truyền)을 모두 방문해봤는데, 두 곳의 스타일이 확연히 달랐습니다.
포텐릭수는 관광객들 사이에서 유명한 곳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도 방문했다는 이력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찐(Chín)과 따이(Tái) 두 가지 방식으로 고기를 선택할 수 있는데, 찐은 미리 삶아둔 소고기, 따이는 뜨거운 국물에 바로 익히는 방식입니다. 오픈형 주방에서 즉석으로 조리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이 집의 매력 중 하나였고, 국물이 깔끔하고 담백해서 '이 정도는 해야 쌀국수로 인정받는구나' 싶은 기준이 되었습니다.
반면 퍼자주엔은 90%가 현지인인 로컬 맛집입니다. 저는 따이남간반(Tái Nạm Gân Bắp) 쌀국수를 주문했는데, 국물이 진하고 고기 맛이 가득해서 포텐릭수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퍼자주엔의 진한 국물이 제 입맛에 더 맞았고, 하노이에서 먹은 쌀국수 중 1등으로 꼽고 싶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어느 집이 더 낫다'가 아니라, 각자의 취향에 맞는 집을 찾는 재미가 있다는 점입니다(출처: 베트남 관광청).
분짜와 반세오, 하노이의 숨은 진짜 맛
쌀국수만큼이나 하노이를 대표하는 음식이 바로 분짜(Bún Chả)입니다. 분짜란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를 새콤달콤한 소스에 찍어 쌀국수 면과 함께 먹는 요리로, 2016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하노이를 방문했을 때 먹어서 유명해진 음식이기도 합니다. 저는 분자항구하(Bún Chả Hàng Quạt)라는 로컬 식당에서 이 음식을 처음 접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집은 위생 상태가 한국 기준으로는 다소 불편할 수 있습니다. 길거리에 놓인 작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먹어야 하고, 주방도 노천이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숯불에 구운 고기의 불맛과 육즙, 그리고 다진 마늘이 들어간 소스의 조화는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제가 먹어본 하노이의 웬만한 분짜 전문점보다 이곳이 훨씬 나았습니다.
또 하나 놓치면 안 되는 메뉴가 반세오(Bánh Xèo)입니다. 반세오는 쌀가루 반죽을 얇게 부쳐 숙주, 새우, 돼지고기 등을 넣어 만든 베트남식 전으로, 꽈나는짠(Quán Ăn Ngon)이라는 식당이 특히 유명합니다. 이곳은 박명수 씨가 TV 프로그램에서 추천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가보니 음식, 분위기, 서비스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 여기서 맛본 반세오는 얇으면서도 바삭해서, 평소 반세오를 그리 좋아하지 않던 제 입맛도 사로잡았습니다.
- 분짜: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를 새콤달콤한 소스에 찍어 쌀국수 면과 함께 먹는 하노이 대표 음식
- 반세오: 쌀가루 반죽을 얇게 부쳐 만든 베트남식 전, 숙주와 새우가 들어가며 바삭한 식감이 특징
- 짜까(Chả Cá): 강황가루를 바른 가물치를 튀겨 야채와 함께 먹는 하노이 전통 생선 요리
에그커피, 원조보다 더 맛있는 집을 찾다
하노이를 대표하는 음료를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에그커피(Cà Phê Trứng)입니다. 에그커피란 커피 위에 달걀노른자와 연유를 거품 낸 크림을 올린 음료로, 1946년부터 시작된 80년 역사의 베트남 전통 음료입니다. 저는 원조로 알려진 카페지앙(Café Giảng)과 토네이도 커피(Tornado Coffee) 두 곳을 모두 방문해봤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토네이도 커피가 압도적으로 더 맛있었습니다.
카페지앙의 에그커피는 분명 맛있었습니다. 달달한 에그크림에 커피의 쌉쌀함이 조화를 이루는 맛이 아인슈페너의 계란 버전 같다고 할까요? 하지만 토네이도 커피에서 마신 에그커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소량의 위스키가 들어가는데, 계란 비린내가 전혀 없고 오히려 빵 같은 풍미가 느껴졌습니다. 제가 베트남에서 먹은 모든 에그커피 중 단연 1등이었고, 하노이를 다시 방문한다면 이 커피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에그커피 외에도 코코넛 커피(Cà Phê Cốt Dừa)와 소금 커피(Cà Phê Muối)도 시도해봤는데,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코코넛 커피는 코코넛 밀크의 진한 맛이 매력적이었고, 기본적으로 원두 맛이 좋아서 어떤 메뉴를 선택해도 실패가 없었습니다. 하노이를 떠나면서 토네이도 커피를 한 번 더 가지 못한 게 지금도 아쉽습니다.
가성비로 본 하노이 음식의 진짜 가치
하노이 음식의 가장 큰 장점은 뭘까요? 바로 가격 대비 만족도입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호아빙어(Hoa Binh Kem)라는 빙수 전문점의 망고빙수는 한 그릇에 3,000원밖에 하지 않습니다. 우유빙수에 신선한 생망고와 코코넛 아이스크림이 듬뿍 들어가는데, 한국에서 같은 품질의 빙수를 먹으려면 최소 1만 원은 내야 할 겁니다.
반미(Bánh M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반미마만(Bánh Mì Mạ Mạn)이라는 유명 가게의 대표 메뉴인 1번 반미는 소시지, 돼지고기, 계란, 파테가 들어가는데 가격은 2,000원 정도입니다. 유명세에 비해 엄청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500원짜리 꿀버터 반미는 은근한 별미였습니다. 캐라멜 푸딩 전문점인 케카라멜엉호아(Kem Caramel Ông Hòa)의 푸딩도 개당 400원에 불과한데, 일본 편의점에서 파는 고급 푸딩과 비슷한 맛이었습니다.
물론 로컬 식당에서는 위생이나 서비스 수준이 한국과 다릅니다. 길거리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먹어야 하고, 주방 환경도 다소 열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하노이의 음식 가성비는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특히 여행 예산이 한정된 여행자라면 하노이는 최고의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위생이 걱정됐지만, 막상 먹어보니 맛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하노이는 단순히 저렴한 음식을 파는 도시가 아니라, 음식 문화 자체를 체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로컬 음식과 현대적인 카페, 관광객을 위한 식당이 조화를 이루며 각자의 매력을 뽐내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과 비교했을 때 위생이나 서비스에서 차이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런 부분을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다면 하노이는 미식 여행을 즐기기에 최적의 도시입니다. 제가 다시 하노이를 찾는다면, 이번에 가보지 못한 식당들과 토네이도 커피의 에그커피를 꼭 다시 맛보고 싶습니다.
--- 참고: https://youtu.be/100C4Y0QFTw?si=PFoUWxxSkdkPK2hu